과거 사실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평가를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다양한 이해기반을 가진 수많은 개인, 집단의 삶의 변화를 초래한 역사적인 대사건이나 급격한 정치 사회적 변혁에 대하여 과연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가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가 단순한 죽은 '사실'로만 존재한다면, 역사학도는 현실생활에 무관심하거나 지극히 여유있는 사람에 불과할 것이고, 역사학 존립의 실천적 의의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우리가 '사실'을 왜곡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측면'을 주목하면서 그것의 의미를 현재적 관점에서 모색하는 작업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쓴 글들 중에서 한국 사회를 대상으로 한 논문들을 모은 것이다. 글은 주로 분단이 한국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것을 통해 본 한국 사회의 구조적 특징이 무엇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